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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유럽의 유럽, 비엔나

신나라 │ 2022-01-14

4.동유럽의 지정학적 운명 (헝가리).p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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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비엔나 6.

6. 유럽의 유럽, 비엔나

신상성 (소설가. 용인대)






 

(Wien.비엔나)은 유럽 중의 유럽이다.

지리적으로 유럽의 한복판에 있어서 동서남북의 중심지이기도 하지만 유럽문화의 평균적 표본으로서 그 냄새나 형태가 가장 유럽적이다. 유럽 국가의 개별적 특수성과 미묘한 개성의 통합적 유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빈은 영세 중립국, 오스트리아의 수도로서의 행정적 권위보다는 그 옛날 게르만 민족 최대 영화의 상징이었던 합스부르크 가문의 본거지로서 사치와 예술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더 적절하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독일어가 공용어로 되어 있으며 민족 구성원이 게르만족이 대부분이다.

빈을 상징하는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인 쇤부른(SchloB Schonbrunn) 궁전은 베르사이유 궁전을 흉내낸 것인데 그 속에는 합스부르크에서 수집한 전 유럽의 최고급 골동품들이 쌓여있다. 신성 로마제국의 왕관을 비롯하여 첼리니의 <황금의 소금창고> 등이 있다. 또 하나는 슈테판 대성당(St. Stephans Dom)으로서 이곳에서 모짜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루어져 오스트리아 전 시민들의 가슴에 그 웅장한 음악적 영혼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 지하에는 오스트리아 역대 황제의 유골이 보관된 카타콤베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죽으면 그 생전의 모습을 남기고 싶어한다. 특히 유명 인사일수록 그러한 과욕을 강요하는 것같다. 이집트의 미이라 대부분이 왕족이나 상류층이었으며 중국의 왕능이나 특히 진시황 능도 마찬가지이다. 진시황은 죽어서도 자기를 지키는 군대를 지휘하기 위해 수 백만 명의 군인들을 세워놓았다. 그것이 오늘날 발굴된 용마병총의 일부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진시황의 몸체는 최첨단 기기를 동원해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단다. 그 능 주변에는 운하를 파고, 관 주변에는 아직도 수은(水銀)의 강이 흘러 아직도 접근을 못하고 있다니 첨단과학도 하나의 시체 앞에서 쪽을 못 쓰는 상황이다. 진시황의 I. Q가 아직도 아인슈타인을 능가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죽어서도 세상 사람들 앞에서 군림하려고 몸부림 친 독재자들이 어디 이들 뿐인가, 최근의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 등이 아직도 방부제 속에 목욕하며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지 않은가. 생체 유지만으로 부족하여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동상들이 또한 살기 띈 눈으로 지금도 내려다보고 있는가.

그런 반면에 링컨 간디 박정희 등은 조용히 흙으로 돌아갔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등소평은 아예 화장을 하여 자연의 순리에 따랐다. 독재자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착각을 하는 것일까. 후세 사람들이 자기의 유체나 동상을 볼 적마다 칭송할 것이라며 손뼉을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볼 적마다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주먹을 쥐고 저주를 하는 가를 아마 그들은 영원히 모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영원히 환생이 안 될지도 모른다. 그러한 인간의 욕망이 이기적인 것이 아니고 이타적으로 희생되었을 때, 전 인류를 위하여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감동을 줄 수 있겠는가. 그것이 바로 빈이다. 빈은 시내 전체가 하나의 예술적 박물관이다.

콜 마르크트(Kohl Markt) 거리를 거닐면서, 환상적인 조각으로 치장된 역사적 건물들을 보면서 그리고, 모짜르트 슈베르트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면서, 평화로운 시민들의 미소를 보면서 지정한 자유의 천국을 본다. 조각과 음악과 평화!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이렇게 따사로운 햇볕 아래에서 <거리의 악사>들이 뜯는 바이올린의 G 현에 몸을 떨면서 나는 독재자들 생전의 불안과 사후의 불행을 생각해 본다. 이타적이 아닌 이기적인 전횡이 본인은 물론이지만 많은 사람들을 얼마나 불행하게 만드는가. 인간사회는 기본적으로 자유와 평화가 유지되어야 한다. 어떤 이념이나 종교에 의해서 구속이 된다면 그것은 또하나의 <강요의 시작>이라는 불편과 불행의 전주곡이 된다.

쇤부른 궁전과 슈테판 대성당에는 세계의 관광객들이 우선적으로 몰려든다. 그렇게 떨어지는 엽전이 제 1-2차 세계 대전으로 잿더미가 된 오스트리아로 하여금 손 털고 일어서는데 재정적 바탕이 되게 되었다. 그래서 아직도 무엇 하나 주요 생산품이 없는 영세 중립국으로서는 과거 선조들의 <역사>를 팔아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관광적 소비 도시여서인지 물가도 비쌌다. 유스호스텔도 1인당 2AS 안팎(16천원)이어서 배낭 족들에겐 부담이 안될 수 없다. 2인용 한 방은 약 3만원 꼴이다. 아침에 빈 역에 도착하여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막내에게 전화를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국제전화 방식이 또 달랐다. 마침 한국어로 손님을 부르기에 도움을 요청했더니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그가 가르쳐준 대로 역전 입구 <물치네 식당>이라는 반가운 한글 간판을 찾아 들어갔다. 한국의 젊은 <자유여행가>들이 이미 떠들썩하게 곰탕이며 라면 등을 축내고 있었다. 아마 우리와 같은 국제열차를 타고 아침에 도착했을 그들은 발빠르게 움직이어 서로가 그 동안의 여행담이며 정보교환을 하는가 하면, 이미 빈 여행을 끝낸 사람들은 아침을 서둘러 끝내고 역으로 달려갔다. 빨리빨리 ! 가 여기서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빨리 먹고, 빨리 보고, 빨리 가는 것이다. 관광도 사랑도 그리고 죽음도 빨리 빨리다. 이 식당에서는 배낭 족들을 대상으로 숙박도 하는 모양인데 하룻밤에 8AS란다. 음식값도 턱없이 비싸다.

대개 해외에서의 한국 식당들은 이곳만이 아니라 싸지 않다. 낯선 외국에서 동족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족을 상대로 뜯어내는 쪽인 것같아 어색해진다. 트램을 타고 빈 대학 기숙사를 찾아서 우선 배낭부터 내려놓고 간편한 차림으로 구경하기로 했다. 하룻밤에 35AS이라니 <물치네>의 절반 가격이다.

어젯밤 독일의 만하임에서 밤차를 타면서 잘못하여 특급열차인 E. N(Europe Night)을 탔다. 물론 유로 패스로도 탈수가 있지만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특급>이라는 글자가 붙어서인지 내부장식이나 서비스도 특급이다. 아침식사도 제공되며 손님이 내려할 곳에는 승무원이 와서 잠을 깨워주기도 한다. 그러나 목적지에 따라 뒤칸이 잘려져 나가 다른 곳으로 가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 때문에 빈 자리를 찾아 두어 번 이동을 했다. 32 D. M (16천원)을 지불하면서 빈에 입성했기 때문에 가뜩이나 물가가 비싸다는 빈에서의 경비가 신경쓰였다.

유럽 대학들의 기숙사는 방학이면 관광객들에게 침식이 제공되며 비교적 값싸고 깨끗하다. 대학이기 때문에 우선은 안심이 된다. 한국의 관광정책도 이런 것을 참고하여 해외의 배낭 족들을 유치시킨다면 대학자체의 수입도 되고 홍보도 겸할 수 있을 것이다. 빈 대학 기숙사에서 여장을 풀고 전철(U-Bahn)을 탔다. 가벼운 기분으로 콜 마르크트 거리의 끝에 있는 슈테판 대성당을 찾았다. 오스트리아 최대의 고딕양식의 이 성당은 첨탑의 높이만 무려 사람 키의 열 배(136m) 가까이에 달한다.

성당의 건축양식이나 거리의 가옥 모양이나 유럽의 건축형태는 대개가 비슷비슷하다. 돌로 깐 좁은 길들 또는 현관문의 양식까지 엇비슷하다. 내가 암스텔담이나 브룻셀을 걷고 있는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옛 거리들은 또한 슈테판 주변 마냥 오밀조밀하다. 두 손을 모으고 엄숙한 기도를 드리고 있는 많은 성인들의 기도 소리가 그 조각의 입 속에서 흘러나오는 것같다. 금칠을 한 그 순교자들의 얼굴과 그 손가락 끝에서 모아지는 합장 모습은 기독교적인 엄숙성과 불교적인 아늑함이 촛불 아래에서 함께 느껴졌다. -서양의 종교가 그 궁극적인 철학에서는 하나로 일치되고 있다. <사랑과 믿음의 세상>이라는 의미는 세계 어느 종교철학이든 공통적이다.

그러나 세계는 어느 한 순간도 미움과 불신이 그친 적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치고 있는가. 그것은 강 건너 먼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대성당밖에도 벌어지고 있었다. 도망가는 어느 집시 청소년들 일단과 곤봉을 든 체 그 뒤를 좇는 두어 명의 경찰들 모습이 언뜻 보였다.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엠불런스의 깜박이도 비쳤다. 그런 것쯤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비둘기들에게 콩을 던져주는 꼬마들 앞에서 반쯤은 노골적인 성행위를 보이는 벤치 위의 히피족 남녀도 보였다.

그 앞을 데모하듯이 몰려다니는 배낭 족들. 더러는 찢어진 청바지에 배꼽바지를 드러내 놓고 다니는 빈의 남녀 대학생들. 곳곳에 펼쳐진 난장들. 그 음악적 해프닝의 깡통 속에 날아 들어가는 동전들의 비명소리. 역시 음악의 도시이다. 빈에서의 음악은 오페라 하우스나 대학강단에서만 연주되는 것이 아니고 이미 하나의 생활이 되어 있는 것같다. 이 작은 도시에 몰려있는 한국 유학생들만 해도 3천명이 넘는다고 하니, 우리 나라 전국 대학의 음악과에서 배출하는 졸업생보다 몇 배나 많이 웅성거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것을 외화 낭비니 하는 쪽으로만 비판하지 말자. 이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정명훈 삼남매니 백건우니 하는 세계적 음악가가 나온 것이 아니겠는가.

비둘기 똥, 롤러와 자전거, 그리고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시간과 바람>을 들여다보고 있는 노천 카페의 노 신사와 부인들. 1-2차 세계대전 세대인 그들이 세상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는 한, 3차 세계대전은 예방될 수 있을 것이며 유럽의 지성은 살아 꿈틀거릴 것이다. 그 속에는 현지인도 있을 것이고 외래 관광객도 있을 것이다. 오며가며 만나서 객담도 하고 21세기 전망에 대해서도 걱정할 것이다. 성당 주변의 선과 악, 갖가지 기괴한 모습들 그것이 바로 자유 민주주의이고 평화의 모습이다. 자유사회에는 천사도 있고 흉악범도 공존한다. 모든 말과 행동에는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 결과에는 반드시 책임과 의무가 동반된다. 그래서 성당도 있고, 교도소도 있는 게 아닌가.

합스부르크가에선 별궁으로 쇤부른 궁전을 사용하였는데 모두 1,441개의 방이 있으며 백만금의 방등은 사치의 극이다. 또한 그들이 유럽 전역에서 수집한 뒤러 루벤스 램브란트 등의 작품 등은 미술사 박물관에 잘 전시되어 있다. 궁전 주변에도 거리의 악사들이 줄을 이었다. 그 중에는 아프리카 원주민인 듯 그들이 고유 악기를 뒤집어 놓고 전통적인 단조로운 음악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 앞에는 약을 먹었는지 뿅 간 백인 소녀들이 춤을 추거나 허벅지를 드러내 놓고 누운 채, 마리화나를 뿜어대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훈장을 가득 찬 군인, 별 빛이 유난히 반짝이는 보안관, 윗통을 벗고 코걸이 눈섭걸이 입술걸이까지 한 히피족들도 나들명거렸다. 그러나 누구 하나 제지하는 경관이 없었다.

우리들이 있어서인지 <서울의 찬가> 등 한국노래도 불러주었다. 우리도 그 타악기 겉주머니에다 동전을 던져주었다. 그러자 <노란 셔츠 입은 사나이>가 흘러나왔다. 아프리카 고유 리듬에다가 유럽 음률이 합성되어 흐르니 또다른 환상과 환청을 주는 것같다. 1869년 푸른 5, 모짜르트의 <돈 죠반니>가 초연된 곳이 근처의 국립오페라 하우스이다. 세계 3대 오페라 메카의 하나인 이곳은 정통 오페라를 유럽 안에서는 가장 싼 값으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적> 등 오페라 축제행사 등이 있을 때면 이웃 나라 오디오 광들이 몰려들기도 한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찾아갔으나 공연 휴식이다. 약 두 달간 오페라 단원들의 휴가란다. 오페라뿐이 아니라 모든 관공서도 휴무이다.

그래서 여름이면 빈은 텅 빈다. 그 빈 자리를 외국 관광객들이 다 차지하는 것이다. 빈뿐이 아니라 전 유럽의 수도가 대개 텅텅 빈다. 탁한 공기와 뙤약볕을 피하여 남부 유럽이나 남 태평양을 찾아 대 이동한다. 조각이 너무 아름다워서 오페라 하우스인 줄 알았더니 국회의사당이었다. 유럽은 관공서뿐이 아니라 도시의 일반 가옥도 전부 조각으로 치장한 옛 건물들이다. 몇 백년 된 이 건물들은 대개가 대리석 등의 튼튼한 돌이어서 오래 가는 것같다. 내부의 냉-난방 설비와 상-하수도만 추가하면 그대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박물관 같은 집에서 골동품 같이 고귀하게 산다.

<레미제라불>로 유명한 노틀담 대성당의 건축도 백년이 넘었으며, 지금도 그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니 유럽에선 짓는 것도 오래 걸리고 사는 것도 오래 걸리는 것같다. 우리의 고건축물도 옛날에는 그랬다. 경복궁이나 불국사 또는 전국의 향교 건물들이 몇 백년을 지냈는데도 굳건하다. 그러나 최근의 성당 등 현대 건축물들은 오래 버티질 못한다. 시멘트 덩어리인 고층 아파트 건물들은 몇 십년만 지나도 철거를 해야 하니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도나우 강을 따라 나서면 세계적인 <빈 소년 합창단>의 해맑은 합창소리가 물결 위로 흐르는 것같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가 그들의 함성에 의해 춤을 춘다.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 것인가를 나는 스탈린의 동상이 아니라 요한 스트라우스의 동상을 보면서 야외무대에서 그의 비엔나 왈츠를 추는 평범한 빈 시민들의 경쾌한 발동작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그 시민들은 2차 대전으로 쑥밭이 된 시가지에서 가장 먼저 건축해야 할 곳은 국회의사당이 아니라 시민음악당이라며 오페라 하우스를 최 우선 지었다는 빈이며 빈 시민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빈은 유럽 중의 유럽이다. 오스트리아는 빈만이 아니라, 모짜르트의 고향 짜쯔부르크, 알프스의 겨울 눈 지방 인스부르크가 있다.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밤차로 만의 배낭여행을 강행한 지 일주일 째 되자, 다소 피로하여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빈은 물가가 비싸서 빨리 이 도시를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억지로 일어나 서둘러 체크 아웃을 했다. 이곳은 아침 9시가 경계이기 때문에 어정거리다간 또 하루치를 물어야 한다. 숙소인 빈 대학을 나와 서역으로 달려갔더니 남역으로 가라는 것이다. <토마스 쿡> 시간과 역전의 게시판을 비교해 보니 약 두 시간이 남았다.

근처의 <끝없이 날아오르는 분수의 물방울>을 하염없이 올려다보면서 배낭여행의 고달픔이 벌써부터 지겨웠지만 아내에게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두 시간이면 근처의 싸우나 탕에 들어가 몸 풀고 나오면 적당한 시간이지만, 배낭이란 게 공중변소의 입장료까지 아껴야 하는 실상이니 맨 바닥에 쭈그려 앉아 두 시간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명색이 대학 교수라는 게 아내를 호텔로 안내하지 못하고 온갖 사람들의 구두코가 어지러운 역전 문 앞에 양아치 마냥 배낭을 깔고 앉아있게 하는 것이 좀 부끄러웠다. 다행히 그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의 한국인 대학생 배낭 족들과 즐겁게 떠드는 것이었다. 마침 우리가 미처 다 쓰지 못하고 남은 72시간 짜리 트램Tram표를 그들에게 주기도 했다.

국경선을 넘을 때마다 신경 쓰이는 것은 화폐이다. 달러를 현지 화폐로 바꿀 때마다 환율과 수수료로 뭉텅 잘려져 나간다. 한국에서 달러로 바꾸어 나올 때 이미 윗머리가 뜯긴 데다가 현지에선 이중삼중으로 뜯긴다. 헝가리 등 후진국일수록 수수료가 비싸서 한국돈 원금의 절반 이상이 잘려 나갈 때도 있다. 그렇다고 유럽 각 나라의 화폐로 일일이 바꾸어 나갈 수도 없다. 특히 해당 국가에서 쓰고 남은 돈이 있을 때는 그냥 휴지 조각으로 날아간다.

한 예로 나는 벨기에에서 남은 돈 100 BF를 빈 역전의 환전상에게 주니 겨우 32 AS(2560)을 넘겨주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요런 푼돈까지 바꾸어 가느냐며 품값도 안 생긴다는 표정이다. 헝가리로 넘어가기 위해 오스트리아 잔돈을 바꿀 때도 마찬가지이다.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대개의 독일어권은 현지 화폐보다 오히려 마르크화를 선호하는 걸 보면 오늘날 독일의 위력이 새삼스럽고도 두렵다. -일 신안보조약이니 독일이 주도가 되는 유럽화폐 통일이니 하는 군사적 결합이 또다시 제 3세계국가들에게 제 3차 대전을 예감케 하는 불안요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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